훈련을 넘어선 치료의 영역, 약물 치료가 필요한 반려견 정신 질환 9가지



많은 반려견 보호자들이 강아지의 이상 행동을 단순히 '버릇'이나 '훈련 부족' 탓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반복적인 짖음, 공격성, 파괴적 행동 등은 사실 의학적인 원인에 뿌리를 둔 정신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사람의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처럼, 반려견 역시 약물 치료가 필요한 신경학적, 정신적 질병을 앓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본 포스트에서는 국내 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단순한 훈련을 넘어 정확한 진단과 약물 치료가 필수적인 9가지 반려견 정신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보호자가 취해야 할 올바른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반려견 정신질환



‘문제 행동'이 아닌 '질병 증상'을 마주할 때


많은 반려견 보호자들이 반려견의 특정 행동을 단순한 버릇이나 훈련 부족의 결과로 여기며 문제 해결을 위해 훈련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짖음, 공격성, 파괴적 행동 등이 오랜 기간 지속되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 이는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의학적 또는 신경학적 질병의 증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람의 경우에도 우울증, 불안 장애, 강박증이 단순히 의지력이나 훈육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처럼, 반려견에게도 이와 유사한 정신적, 신경학적 질환이 존재하며, 이는 행동 문제를 통해 그 증상을 표출한다. 


이러한 질환은 환경적 변화나 보조적 관리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증상을 보일 경우 약물 치료가 필수적으로 고려된다. 


국내 동물행동의학의 선구자이자 전문의인 김선아 교수는 동물행동의학을 사람의 소아정신과에 비유하며, 보호자가 아이의 행동을 보고 병원을 찾듯, 반려견의 이상 행동 또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영역임을 강조한다. 


훈련의 영역과 진단 및 치료의 영역은 명확히 구분되며, 잘못된 접근은 오히려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 



주요 반려견 정신 질환 및 특징 요약


질환명

주요 특징 및 증상

주요 원인

약물 치료의 필요성

불안 장애

과도한 짖음, 파괴적 행동, 특정 자극에 대한 극심한 공포

유전적 소인, 환경 변화, 사회화 부족

중등도 이상의 증상 시 필수

강박 관련 장애

꼬리 쫓기, 제자리 돌기, 허공 물기, 과도한 핥기

유전적 요인, 지루함, 스트레스

행동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

이식증 (Pica)

먹어서는 안 될 물건을 반복적으로 먹는 행위

강박 장애, 영양 부족, 질병, 유전적 소인

행동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고려

통증 유발형 공격성

평소와 다른 갑작스러운 공격성, 경고 없이 물기

관절염, 신경계 질환, 기타 통증 유발 질환

통증 원인 치료가 최우선

충동 조절 장애

경고 없이 갑자기 물거나 미친 듯이 짖는 행동

선천적/신경학적 요인

환경 및 보조적 조치만으로 해결 불가

반려견 인지기능장애 (치매)

방향 감각 상실, 수면 패턴 변화, 배변 실수, 사회적 상호작용 변화

노령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

증상 완화를 위한 개선제 및 약물 병행

뇌수두증

인지기능 장애, 한쪽으로 빙빙 돌기, 보행 이상, 발작, 공격성

뇌척수액 비정상적 축적 (선천적 요인)

약물 또는 수술적 치료 필수

허공 물기 증후군

허공에 떠 있는 가상의 물체를 무는 반복 행동

신경학적 문제, 위장관 질환

원인에 따라 약물 병행

과도한 자해(핥기, 물기)

특정 신체 부위를 반복적으로 핥거나 물어서 염증 유발

알레르기, 피부 감염, 통증, 강박 장애

의학적 원인이 배제되면 행동 치료와 약물 병행



약물 치료가 필요한 9가지 주요 반려견 정신 질환



① 불안 장애 (Anxiety Disorders)


불안 장애



반려견의 불안은 보호자 부재 시 과도하게 짖거나 하울링을 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부적절한 배변 실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다른 이웃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들이다. 


또한, 반려견은 특정 자극(예: 천둥, 불꽃놀이)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긴장(심박수 증가, 헥헥거림)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감이 심해지면 무기력, 수면시간 증가, 식욕 부진, 또는 반대로 과도한 짖음이나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인 분석: 불안 장애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상호 작용하여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충동 조절 문제와 같은 선천적인 불안 소인은 반려견이 성장하면서 발현될 수 있으며, 사람의 신경증과 유사하게 유전적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유전적 소인은 이사, 가족 구성원의 변화, 동거견의 사망 등 환경 변화나, 지루함, 무료함, 활동량 부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때 촉발될 수 있다.


치료 및 관리 방안: 불안 장애는 행동 교정과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충분한 운동과 놀이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보호자와 떨어지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 보호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 행동 치료의 핵심이다. 


또한, 보호자가 사용하는 이불이나 옷처럼 익숙한 냄새가 나는 물건을 제공하여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불안 증세가 심각하여 사람의 정신 질환에 준하는 경우, 약물 치료가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훈련만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 분석: 불안 장애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의 영역이다.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행동 치료만으로는 고도의 불안 상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심한 불안감 속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오히려 반려견에게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가중시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약물로 불안감을 일정 수준 완화시킨 후 행동 교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정석적인 접근법으로 간주된다. 이는 반려견이 편안한 심리 상태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② 강박 관련 장애 (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강박 관련 장애



특징 및 주요 증상: 강박 관련 장애는 목적 없는 반복적 행동, 즉 상동 행동(stereotypical behavior)을 특징으로 한다. 꼬리를 쫓거나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행동(스피닝), 허공을 핥거나 무는 행위, 그림자나 빛을 쫓는 행동, 그리고 특정 신체 부위를 과도하게 핥거나 빠는 행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행동은 반려견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원인 분석: 강박 행동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스트레스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불테리어는 강박적으로 꼬리 쫓기 행동에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이식증, 도베르만 핀셔는 옆구리 핥기 등 특정 견종에서 특정 강박 행동이 다발한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 깊게 관여함을 보여준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 지루함, 스트레스, 외로움 등 자극이 부족한 환경도 상동 행동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야생동물이 좁은 우리에 갇혔을 때 목적 없는 반복 행동을 보이는 것과 유사한 기전이다. 


치료 및 관리 방안: 강박 관련 장애는 행동 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여 관리한다. 환경 풍부화는 사육 환경에 식물을 심거나 자갈을 까는 등 물리적 변화를 주어 반려견의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감각 풍부화는 노즈워크(Nose Work)처럼 다양한 냄새를 맡게 하거나, 새로운 장난감과 소리를 제공하여 정신적 자극을 주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 치료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강박 장애가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의심될 경우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참고로 강아지들의 노즈워크는 말 그대로 '코를 사용하는 놀이'이며, 단순히 간식을 찾는 놀이를 넘어, 강아지의 타고난 후각을 활용해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자신감을 높여주는 활동이다.



노즈워크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정신적 자극 (Mental Stimulation)

강아지가 코를 쓰며 집중하는 과정은 산책 1시간에 버금가는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는 특히 실내 활동이 많은 강아지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 해소 및 자신감 향상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찾아내는 경험은 강아지에게 성취감을 준다. 소심하거나 불안해하는 강아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분리 불안 완화

보호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노즈워크 장난감이나 매트를 주면 강아지가 놀이에 집중하며 분리 불안을 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소모

과도한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하는 좋은 방법으로, 문제 행동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간단한 종이 상자나 수건을 활용하여 집에서도 쉽게 노즈워크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노즈워크 매트, 담요, 공 등 다양한 전용 용품들도 있으므로 처음에는 쉬운 난이도로 시작하여 흥미를 유발한 뒤 점차 난이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다.



전문가 분석: 강박 행동은 야생에서 먹이를 찾고 영역을 탐색하는 것과 같은 정상적인 본능적 행동이 좁고 자극 없는 환경에서 좌절될 때, 그 에너지가 병적인 형태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단순히 나쁜 버릇이 아니라, 본능의 좌절에서 비롯된 심각한 심리적 문제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행동 풍부화와 같은 환경적 개선은 행동 치료의 기본이며, 약물 치료는 강박의 충동성을 억제하여 행동 치료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③ 병적 섭식 행동-이식증 (Pica)


병적 섭식 행동



특징 및 주요 증상: 이식증은 1세가 넘은 반려견이 천, 돌멩이, 머리끈 등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반복적으로 먹는 행위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병적 행동으로, 장폐색이나 장중첩을 유발하여 응급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원인 분석: 이식증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어린 시절 좁은 공간에서 생활했거나 지루함과 스트레스가 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식분증(똥을 먹는 행동)이나 이식증을 보일 확률이 높다. 


또한 영양 부족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다른 질병의 징후일 수도 있으며, 강박 관련 장애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특정 견종(래브라도 리트리버, 포메라니안, 푸들 등)에서 다발하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소인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치료 및 관리 방안: 이식증이 의심될 경우, 가장 먼저 질병적 원인(통증 등)이 없는지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 관리로는 먹어서는 안 될 물건을 반려견의 접근 범위에서 완전히 치우고, 하루 2~3회 야외 배변을 유도하여 실내 배변 환경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것이 추천된다. 


이러한 행동 교정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강박 행동을 낮추는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 분석: 이식증은 단일 질환이 아닌, 강박, 영양, 통증 등 다양한 원인의 복합적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보호자가 반려견의 행동을 ‘나쁜 버릇’으로 규정하고 ‘먹지 못하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근본적인 ‘먹고 싶어 하는 충동’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이식증은 행동학적 문제와 의학적 문제가 가장 밀접하게 얽혀 있는 질환 중 하나다.



④ 통증 유발형 공격성 (Pain-Induced Aggression)


통증 유발형 공격성



특징 및 주요 증상: 통증 유발형 공격성은 평소 순하고 착하던 반려견이 갑작스럽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려 할 때 예민하게 으르렁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때로는 경고 신호 없이 돌진하거나 물어버리는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 분석: 이러한 행동의 주요 원인은 통증입니다. 반려견은 관절염, 신경계 질환, 또는 다른 질병으로 인해 통증을 느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인 공격성을 나타낸다. 


특히, 통증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려견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이 불안감이 공격성으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허리가 아픈 반려견에게 빗질을 하거나 산책을 강요하면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치료 및 관리 방안: 통증 유발형 공격성은 훈련에 앞서 반드시 수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아 통증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통증의 원인 질병이 진단되면, 이에 대한 치료(예: 관절염 진통제)가 최우선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통증 관리를 위해 약물 외에도 척추지압요법, 마사지, 침술, 레이저 치료 등 통합 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전문가 분석: 이 질환은 "나쁜 개(bad dog)가 아니라 아픈 개(sick dog)일 수 있다"는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호자는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를 단순히 훈련 부족으로 오해하고, 훈련소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의 훈련은 오히려 반려견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한 공격성을 방치하면 보호자와 타인에게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⑤ 충동 조절 장애 (Impulse Control Disorder)


충동 조절 장애



특징 및 주요 증상: 충동 조절 장애를 가진 반려견은 으르렁거리는 등의 경고 동작 없이 갑자기 돌진하여 물거나, 미친 듯이 짖는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은 예측이 불가능하여 보호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원인 분석: 이 질환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선천적인 요인으로 규정되며 성장하면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닌 뇌의 신경학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치료 및 관리 방안: 충동 조절 장애는 환경 변화나 보조적 조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불안감이나 공격성을 동반할 경우, 약물 치료가 필수적으로 고려된다.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충동 조절 장애를 일반적인 불안이나 공격성과 구분하고,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아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전문가 분석: 경고 없는 충동적인 공격성은 보호자와 가족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이 단순히 훈련 부족이 아닌 생물학적, 신경학적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조기에 인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반려견의 삶의 질은 물론, 보호자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훈련으로 해결될 수 없는, 오직 의학적 치료만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이다.



⑥ 반려견 인지기능장애 증후군 (치매)


반려견 인지기능장애 증후군



특징 및 주요 증상: 노령견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인지기능장애 증후군은 사람의 치매와 유사하다.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익숙한 공간에서도 헤매고, 밤낮이 바뀌어 낮에 잠만 자고 밤에 배회하거나 짖는 등 수면 패턴의 변화를 보인다. 또한 배변 실수가 잦아지고, 심한 경우 보호자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불안해하고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 분석: 이 질환은 노령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가 주된 원인이다. 또한, 뇌에 생긴 염증이나 종양도 유사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 및 관리 방안: 인지기능장애는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와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익숙한 환경을 유지하고, 반려견이 스스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노령견의 경우, 영양제와 함께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약물 치료를 병행하여 증상 진행을 늦추고 행동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 


전문가 분석: 치매 증상은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오해하기 쉬워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이 느닷없이 집안에서 배변 실수를 하거나,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짖는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단순한 노화가 아닌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보호자의 안일한 판단이 반려견의 불필요한 고통을 키울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찰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⑦ 신경계 질환과 행동 변화-뇌수두증 (Hydrocephalus)


신경계 질환과 행동 변화



특징 및 주요 증상: 뇌수두증은 뇌실에 비정상적으로 뇌척수액이 가득 차 주변 뇌를 압박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인지기능 장애, 한쪽으로만 빙빙 돌거나 비틀거리는 보행 이상, 시력 저하, 발작, 그리고 갑작스러운 공격성 등이 나타난다. 보행 시 목을 잘 들지 못하고 땅만 보고 걷는 행동도 관찰될 수 있다. 


원인 분석: 이 질환은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치와와,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등 소형견에게 다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선천적 질환이므로 보호자의 예방은 불가능하며, 신경 증상이 나타날 때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핵심이다. 


치료 및 관리 방안: 뇌수두증의 초기 단계에서는 약물 치료를 시도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병이므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로 증상이 잘 개선되지 않거나 뇌척수액 배출 경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배액관을 장착하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전문가 분석: 뇌수두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문제가 뇌의 물리적 압박이라는 명확한 원인에 기인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질환은 행동 교정의 대상이 아니며, 오직 의학적 진단과 치료만이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⑧ 허공 물기 증후군 (Fly-biting Syndrome)


허공 물기 증후군



특징 및 주요 증상: 허공 물기 증후군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파리나 물체를 잡으려는 듯 허공에 대고 쩝쩝거리거나 무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로는 기침이나 거품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원인 분석: 이 행동은 단순한 강박 행동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원인은 신경학적 문제 또는 위장관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혓바닥으로 핥고 공중에서 쩝쩝거리는 행동, 풀을 뜯어 먹는 행동의 사례는 허공 물기 증후군이 국소 발작(focal seizure)의 일종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혓바닥으로 핥고 공중에서 쩝쩝거리는 행동은 위산 역류와 같은 위장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며, 풀을 먹는 행동은 위를 진정시키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 


치료 및 관리 방안: 허공 물기 증후군은 위장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증상이 신경학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항우울제(예: 프로작)와 같은 약물을 사용한다. 신경학적 문제와 위장관 문제가 동반될 경우 항우울제와 위장약을 병행하여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 분석: 허공 물기 증후군 사례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 신체 내부의 통증(위산 역류)이나 뇌의 신경학적 오작동이라는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원인을 단정할 수 없으며, 반드시 전문적인 검사 및 치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⑨ 과도한 자해(핥기, 물기) 행동


과도한 자해



특징 및 주요 증상: 과도한 자해 행동은 반려견이 특정 신체 부위(주로 앞발, 꼬리)를 반복적으로 핥거나 물어서 염증, 습진, 탈모, 피부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원인 분석: 이 행동은 행동학적 원인과 의학적 원인이 가장 밀접하게 얽혀 있는 질환이다. 의학적 원인으로는 알레르기(꽃가루, 음식, 벼룩 등), 피부 감염, 호르몬 질환, 그리고 관절염과 같은 통증이 있다. 반려견은 아픈 부위를 핥아서 고통을 진정시키려는 본능적 행동을 보인다. 의학적 원인이 아닐 경우, 지루함, 외로움, 불안, 강박 장애와 같은 행동학적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치료 및 관리 방안: 과도한 핥기 행동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알레르기나 통증과 같은 의학적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의학적 원인이 확인되면 해당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의학적 원인이 아닌 경우, 행동학적 문제로 판단하고 환경 풍부화, 대체 활동 제공과 함께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강박 장애가 원인일 경우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전문가 분석: 이 질환은 행동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반드시 의학적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통증이나 알레르기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 교정만 시도하면 반려견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 (훈련과의 명확한 구분)


반려견의 행동 문제가 훈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그 근본 원인이 신체적, 정신적 질병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동물행동의학 전문의인 김선아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진단과 치료’의 영역으로 규정한다. 배변 실수는 방광염 때문일 수 있고, 공격성은 통증 때문일 수 있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질병의 징후일 뿐이다. 


보호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이 아닌 훈련소부터 찾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지점이다. 훈련은 교육이 부족한 '행동 문제'를 다루는 반면, 질병에 기인한 행동은 '치료'의 영역에 속한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통증으로 예민해진 반려견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반려견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가하고, 결과적으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동물행동의학 전문가는 이러한 행동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약물 치료를 통해 반려견의 고통과 불안을 완화하여 행동 교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반려견의 행동 변화를 단순한 버릇으로 치부하지 않고 전문가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반려견의 삶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반려견 정신과 약물 종류 및 특징


계열

주요 약물명 (대표 상품명)

작용 기전

주요 부작용

SSRI

Fluoxetine (프로작), Escitalopram (렉사프로), Sertraline (셀트라)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재흡수 억제

소화기 증상, 식욕 저하, 불면증, 무기력, 설사, 구토

TCA

Amitriptyline (에나폰), Clomipramine (아나프라닐)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

입마름, 변비, 졸림, 배뇨장애, 기립성저혈압

SARI

Trazodone (트리티코)

항우울 효과보다 수면 유도 효과가 강함

비교적 부작용 적음, 남용 문제 없음

NDRI

Bupropion (웰부트린)

도파민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

고용량 사용 시 경련 유발 가능성 있음

SNRI

Venlafaxine (이팩사), Duloxetine (심발타)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

식욕 부진, 오심, 불면, 입마름



반려견 보호자를 위한 실질적 행동 지침



① 정확한 관찰과 기록의 중요성


수의사와의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반려견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호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육하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만을 기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심술궂게 으르렁거렸다"가 아닌, "보호자가 장난감을 잡자 강아지가 이빨을 보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와 같이 행동의 질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기록해야 한다. 홈캠을 활용하여 보호자가 없는 동안의 행동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② 전문 수의사 상담


동물병원 방문 전 미리 준비하면 더욱 효율적인 진료와 상담이 가능하다. 진료 예약은 필수이며, 평소 먹는 사료와 간식의 브랜드명, 하루 섭취량, 구토, 설사, 식욕 변화 등 건강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꼼꼼히 기록하여 가져가야 한다. 


이동 시에는 목에 부담을 덜어주는 하네스를 사용하고, 반려견이 익숙한 냄새가 나는 담요나 좋아하는 장난감을 챙겨주면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병원 방문 자체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병원 로비에서 간식을 주거나 칭찬하는 등의 긍정 보상 훈련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견 행동 변화 관찰 기록표 (필자의 실제 예시) 


관찰 날짜

관찰 시간

장소

행동 내용 (육하원칙)

보호자 행동

반려견 반응

2024.11.20

18:30

거실

보호자가 외출 준비를 하자, 현관문 앞에서 낑낑거리고 미친 듯이 짖기 시작함.

외출을 위해 문을 열고 닫는 과정을 반복함.

보호자가 집을 나서는 순간 하울링으로 바뀜.

2024.11.21

11:00

안방

보호자가 장난감을 잡자 갑자기 이빨을 보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림.

장난감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무시함.

잠시 후, 보호자가 다른 곳을 보자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함.

2024.11.22

02:00

거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거실을 배회하며 벽을 긁는 소리를 냄.

일어나서 안아주려 했으나 피함.

긁는 행동을 멈추고 제자리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봄.



약물 치료와 병행하는 가정 내 관리


약물 치료는 반려견의 행동을 교정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반려견의 불안과 고통을 완화하여 행동 치료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적 수단이다. 따라서 약물 치료와 병행하여 가정 내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 


단순한 산책을 넘어 노즈워크와 같은 다양한 감각 풍부화 활동을 제공하여 반려견의 정신적 자극을 높여주어야 한다. 또한, 반려견이 스스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켄넬과 같은 ‘피신처’를 제공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훈련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려견의 행복을 위한 통합적 접근


반려견의 이상 행동은 단순히 훈련 부족의 문제가 아닌, 약물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질병의 증상일 수 있다. 본 포스트에서 다룬 9가지 질환은 행동학적, 신경학적, 신체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만큼, 보호자의 사랑과 관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보호자는 더 이상 문제 행동을 혼자 해결하려는 '훈련사'의 역할을 내려놓고, 반려견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며, 전문 수의사와 협력하는 '동반자'이자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약물 치료는 반려견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주어 행동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국내 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의 견해처럼, 정확한 진단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면 수년간의 좌절과 고통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 반려견의 행동이 의심스럽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의 행복을 위한 가장 현명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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