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보관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음식과 안전한 보관법


냉장고는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지만, 모든 음식이 냉장 보관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고춧가루, 감자, 마늘, 양파, 수박 등은 냉장실의 습기나 온도 때문에 오히려 품질이 떨어지거나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생길 수 있다. 본 포스트에서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되는 음식과 그 이유, 그리고 각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아본다. 


냉장 보관
냉장고는 모든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해주진 않는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음식들


우리는 먹다 남은 음식을 습관적으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냉장고에 먹지도 않을 음식들을 가득 쌓아두고 있는데, 냉장고가 모든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것은 아니다. 



① 고춧가루


고춧가루
고춧가루 보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결론이 나왔다



김장 후 고춧가루가 남으면 대부분 냉장고의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춧가루는 냉장고의 습기로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고춧가루에 생기는 곰팡이는 아주 강력한 독성을 가진 아플라톡신(Aflatoxin)오크라톡신(Ochratoxin)을 생성할 수 있다.  


먼저 아플라톡신은 곰팡이(Aspergillus flavus와 Aspergillus parasiticus)가 생성하는 강력한 독소로, 고춧가루 등 건조식품 등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아플라톡신은 간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장기 노출 시 간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IARC 1군 발암물질) 


단기적으로 아플라톡신을 다량 섭취하는 경우 구토, 복통, 황달 같은 급성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아플라톡신은 고열에서 가열해야만 분해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리 과정으로는 제거하기 어렵다. 


그리고 오크라톡신은 Aspergillus와 Penicillium 곰팡이가 생성하는 독소로, 고춧가루 외에도 곡물, 커피 등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오크라톡신은 주로 신장에 손상을 주어 신부전이나 신장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IARC 2B군, 잠재적 발암물질) 면역 억제와 태아 발달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으며, 장기 노출은 신경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두 독소 모두 적은 양이라도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고춧가루의 곰팡이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고춧가루에 곰팡이가 생긴 경우 아까워 말고 바로 버리는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다.  




곰팡이 방지를 위한 고춧가루 보관법


2023년 농촌진흥청 실험 결과에 따르면, 고춧가루는 직사광선을 피해 10°C 정도의 서늘하고 건조한 상온에서 밀봉 보관하는 것이 곰팡이 발생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2023년 전까지는 냉장실(0~5°C)이나 냉동실(-18°C)에 넣으면 곰팡이 성장을 크게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농촌진흥청 최신 실험 결과를 따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고춧가루는 오래 보관하면 품질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6개월에서 1년 안에 소비할 수 있는 양만 구매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춧가루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덩어리지거나 녹색, 검은 반점 같은 색 변화가 보이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곰팡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므로 망설이지 말고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고춧가루를 꺼낼 때는 젖은 손이나 젖은 도구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작은 습기라도 곰팡이를 부를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② 감자


감자
감자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된다



감자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는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당분이 강화된 감자를 120°C 이상의 고온에서 조리하는 경우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라는 독성 물질이 생성되므로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버리는 것이 좋다.


참고로 아크릴아마이드는 고온 조리된 전분 식품(예: 감자튀김, 빵, 커피)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로, 다량 노출 시 신경 손상을 일으켜 떨림이나 근력 약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동물 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되어 사람에서는 "잠재적 발암물질"(IARC 2A 그룹)로 분류된다. *동물 연구에서 생식 및 발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보고되었다. 


다만, 일상적인 식사로 섭취량은 적어 균형 잡힌 식단과 삶기, 찌기 같은 조리법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감자가 빛에 노출되거나 손상될 때, 특히 껍질 근처나 싹이 나는 부위에서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성 글리코알칼로이드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러한 솔라닌을 소량 섭취해도 소화기 자극을 일으켜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대량 섭취 시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두통, 어지럼증, 심하면 경련이나 혼수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물론, 치명적인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어린이나 고령자, 체중이 낮은 사람은 더 민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익힌 감자는 솔라닌 함량이 낮아 안전하지만, 녹색 껍질이나 싹이 난 감자는 무조건 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어르신들이 음식 버리는 것이 아까워 그냥 섭취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전한 감자 보관법


감자는 서늘하고 건조한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감자를 종이로 감싸거나 구멍 뚫린 비닐 팩에 담아 보관하면 훨씬 안전하다. 



③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


플라스틱 용기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 음식에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될 수 있다



대부분 남은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플라스틱 용기를 장기간 냉장실에서 보관할 경우 미세 플라스틱이 용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9명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요즘 1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배달 음식이 남으면 용기 그대로 냉장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또한 주의해야한다. 


2023년 한국 소비자원의 실험 결과, 일반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보다 1회용 플라스틱 용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3~4.5배 더 많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차가운 냉장실(약 0~5°C)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될 가능성은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미세플라스틱이나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A 같은 화학물질이 음식으로 스며드는 것은 열, 음식의 성질, 용기의 재질, 사용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냉장 온도는 뜨거운 환경에 비해 용출 속도를 줄여주지만, 음식이 플라스틱 용기에 오래 닿아 있으면 용출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기름진 음식이나 산성 음식, 예를 들어 김치나 토마토소스 같은 경우는 미세플라스틱 용출을 더 쉽게 만든다. 또, 오래되거나 긁힌, 균열이 생긴 플라스틱 용기는 화학물질을 더 쉽게 방출할 수 있다. 다만, 냉장 보관 시 용출되는 양은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보다 훨씬 적다. 




플라스틱 용기보다 유리나 스테인리스 사용


미세플라스틱 용출을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BPA-free" 표시나 식품 안전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긁히거나 오래된 플라스틱 용기는 화학물질이 더 쉽게 용출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 시에는 기름진 음식을 알루미늄 호일로 덮어 플라스틱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장실에서의 미세플라스틱 용출은 적은 편이지만, 장기적인 안전을 위해 이러한 예방법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미세플라스틱
현미경으로 본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은 인체에 여러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작은 입자들은 소화기관이나 폐, 심지어 혈액으로 흡수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체내에 쌓일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장 내벽이나 조직에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면역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 게다가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 A 같은 내분비 교란 물질을 운반해 호르몬 불균형, 생식 건강 문제, 심지어 암 위험 증가와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방해해 소화기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은 주로 동물 실험이나 제한된 연구로 진행되고 있어 장기적인 건강 효과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④ 마늘과 양파


마늘과 양파
마늘과 양파도 냉장고에 넣으면 문제가 생긴다



사실 마늘과 양파는 냉장실의 습기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마늘과 양파가 냉장실의 습기와 잘 맞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이상적인 보관 환경이 냉장실 조건과 다르기 때문이다. 


냉장실은 습도가 높은 반면 마늘과 양파는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더 오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습도는 껍질을 축축하게 만들어 곰팡이나 부패를 일으키고, 싹이 트거나 썩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 


게다가 마늘과 양파는 강한 향 때문에 냉장실 안 다른 식재료, 예를 들어 버터나 우유에 냄새를 배게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이들도 냉장실 내 다른 음식 냄새를 흡수해 맛과 품질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한 마늘과 양파 보관법


통마늘은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고, 깐 마늘은 습기를 차단한 밀폐용기에 담아 0~4°C의 환경에서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깐 마늘은 냉장실의 습기 때문에 물러질 수 있으므로 용기 안에 마른 종이타월을 넣어 습기를 흡수하게 하면 좋다. 


참고로 다진 마늘은 공기와 습기에 노출되면 쉽게 상하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보관 시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유리나 식품용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사용해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면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다진 마늘을 작은 덩어리로 나눠 얼음 틀에 넣거나, 지퍼백에 납작하게 펴서 냉동고(-18°C)에 보관하면서 사용 시 필요한 만큼만 떼서 쓰면 편리하고, 2~3개월까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보관 중 마늘이 색이 변하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면 바로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껍질이 있는 양파는 냉장 보관을 피하고 그늘진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깐 양파는 씻지 말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변질을 막을 수 있다. *곰팡이가 생긴 마늘과 양파는 도려내서 사용하려들지 말고 통째로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수박


수박
수박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수박은 크기가 커 반으로 잘라서 비닐 랩으로 감싸 냉장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소비자원의 실험에 따르면, 이렇게 냉장 보관한 수박에서 세균(특히 일반세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이 무려 42만 마리나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수박은 당도가 높아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른 수박의 과육은 수분이 많고 영양분이 풍부해 미생물의 먹이로 이상적이며 비닐 랩은 공기를 차단해 습기를 가두는 폐쇄적 환경을 만드는데, 이는 세균 증식을 촉진시킨다. 


냉장실의 낮은 온도(0~5°C)는 세균 번식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 세균(황색포도상구균 등)은 저온에서도 천천히 증식할 수 있다.


참고로 수박 껍질에는 토양이나 환경에서 유래한 세균이 이미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절단 과정에서 칼이나 도마를 통해 껍질의 세균이 과육으로 옮겨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험에서는 멸균 도구를 사용했음에도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껍질에 있던 세균이 절단 시 과육으로 전이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반 가정에서는 도구 위생이 덜 철저하거나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아 온도 변화가 생기면 세균 오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비닐 랩으로 감싼 수박은 표면이 밀폐되어 세균이 갇히고 증식하며, 실험에서 7일 후 최대 42만 cfu/g(세균 군집 단위)까지 검출되었다. 이는 초기(140 cfu/g) 대비 약 3,000배 증가한 수준으로, 배탈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정도다. *표면을 1cm 잘라내도 세균이 7만 cfu/g까지 남아 초기보다 58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박을 조각내어 밀폐 용기에 보관한 경우 세균이 500 cfu/g으로 훨씬 적었는데, 이는 공기 접촉이 줄고 표면적이 작아져 세균 증식이 억제된 결과로 보인다. 




안전한 수박 보관법


수박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세균 증식을 줄이기 위해 먼저, 수박을 자르기 전에 껍질을 흐르는 물로 꼼꼼히 씻어주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과일 전용 세제를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수박은 자른 후 되도록 당일 안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신선함을 유지하고 세균이 생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한 입 크기로 잘라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공기 접촉이 줄어 세균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만약 랩으로 감싸 보관했다면, 먹기 전에 수박 표면을 1cm 이상 잘라내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야 표면에 생긴 세균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칼과 도마는 항상 소독해 위생적으로 유지하고, 냉장고도 청결하게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세균 오염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00 age health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