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더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암은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생각하는데 과거에도 암은 존재했었다.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의 미라에서도 발견될 만큼 암은 인류를 끈질기게 괴롭혀온 오래된 질병이다.
암이란, 쉽게 말해 인체 속에서 정해진 형태로 정해진 장소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제멋대로 자라나는 조직 덩어리를 말한다. 우리 몸에는 매일 5000~10000개 정도의 DNA 돌연변이가 생긴 비정상적인 세포가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저절로 사라진다.
그 이유는 우리의 유전자 안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DNA 변이를 다시 수정해주는 유전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이것을 ‘과오 수정유전자’라고 하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정상세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암에서는 비정상적인 세포가 통제를 벗어나 끝없이 분열하게 되는데 이렇게 분열한 암세포가 혈액이나 림프관을 따라 인체 구석구석으로 이동, 증식해 다시 자라나는 현상을 ‘전이’라고 하며 이러한 전이는 주변 조직과 순환기를 침범하면서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이러한 암은 60~70%가 잘못된 습관에 의해서 생긴다. 그런데 이 습관이라는 것이 단순히 결심만한다고 고쳐지기는 힘들다. 그 이유는 바로 ‘후성유전’ 때문이다. 후성유전이란,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다른 원인들에 의해서 유전자발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산모가 임신 중에 입덧으로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 태아는 그 영향으로 영향이 부족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이후 태어나 자라면서 많이 먹게 되면서 실제로 살이 많이 찌는 체질로 변하게 된다.
즉, 단순히 개인적인 습관이 아닌, 직계부모와 그 이전에 존재했던 많은 선조들의 내력과 환경이 배인 습관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암 발병 원인의 70%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그동안 공유해 왔던 좋지 않은 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암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사실 몇 개의 유전자에 고장이 일어나 바로 암세포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또 암세포가 생겼다고 해서 바로 암으로 발병되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최초 암세포가 생겨나게 되면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방어 시스템인 면역계, 즉 B-세포 면역계와 T-세포 면역계가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제거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면역계의 방어망을 피해서 서서히 증식하고 전이되어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이동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데 그래서 초기 암의 경우에는 암 자체에서 나오는 통증보다 암이 증식하면서 부피가 커져 주변의 혈관이나 장기를 누르고 밀어내 신경다발을 자극해 발생하는 ‘암성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암은 더 증식하기 위해 에너지와 영양분이 많이 필요해 이를 주변으로부터 끌어오기 때문에 암 환자는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악액질’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며 암 자체에서 나오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뇌의 식욕중추를 건드려 식욕까지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취침 중에도 근육으로부터 ‘글리코겐’이라는 포도당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근육량도 줄어들게 된다. 만약 이러한 체중감소, 식욕부진 그리고 갑작스런 근육 손실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검사를 꼭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제는 개발 역사에 따라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뉘는데 1세대 항암제는 복제와 증식이 빠른 암세포를 죽이는 전통적인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머리카락의 모낭세포, 입안의 점막세포, 장의 점막세포, 골수의 조혈모세포처럼 정상 세포 중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가 존재한다.
이러한 정상 세포들을 1세대 항암제(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와 마찬가지로 무차별적으로 죽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탈모가 생기고 구내염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설사를 하면서 탈수증상이 생기게 된다. 또 백혈구와 혈소판의 감소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무서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 때문에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최근 의학은 이러한 부작용들을 극복해 백혈구 수치를 빠르게 올려주는 백혈구 촉진제, 또는 혈소판 증가를 위해 농축 혈소판을 주입하는 등 항암제의 부작용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분자유전학,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치료제’인 2세대 항암제가 개발되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도 사용하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겨 치료에 실패하고 만다.
이런 와중, 2015년 해성처럼 ‘면역항암제’가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암세포와 T-면역세포 사이에 서로 밀고 당기는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수용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함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느라 그동안 지쳐있었던 T-면역세포가 다시금 활기를 찾아 암세포를 적극적으로 공격하게 만드는 약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1세대, 2세대 항암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면역항암제 하나로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 개인에 따라 맞는 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특성에 맞게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초기 암 환자들은 전신 면역치료나 세포독성 항암제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1990년만 하더라도 암은 불치병이었고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암 발생 인구의 ⅓은 예방이 가능하고 또 ⅓은 조기진단만 된다면 완치가 가능하기도 하며 나머지 ⅓의 환자도 적절한 치료로 증상 완화와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어 이제 ‘암은 죽음이다’라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최근 암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 또한 70%까지 향상되었으며 게다가 암은 나라에서 보호해주는 질환으로 암을 진단받았을 경우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해주고 환자는 5%만 내면 되는 건강보험 시스템이 있다.